배우 설경구(54)가 이번엔 액션 영화로 돌아왔다.
설경구는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야차’(감독 나현)에서 블랙팀 리더 야차 지강인을 연기했다.
‘야차’는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일명 야차가 이끄는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특별감찰 검사, 그리고 각국 정보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접전을 그린 첩보 액션물이다. 이국적인 배경에서 펼쳐지는 시원한 액션과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스피드한 전개, 신선한 앙상블을 담았다.‘야차’는 당초 스크린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으나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설경구는 첫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경험 소감을 묻자 “제 작품 중 처음 OTT 공개된 거라 잘 모르겠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보다는 성적 부담감이 없어서 좋더라. 피부에 안 와닿으니까 더 좋더라. 큰 화면에서 못 보는 아쉬움이 있고, 이전까지는 ‘많은 관람’이라고 했는데, ‘많은 시청해달라’는 표현이 익숙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왕 공개된 만큼 많이 시청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야차’ 출연 이유를 묻자 “편한 오락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쉬운 일은 없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책을 보니까 액션도 있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찍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며 “꼭 첩보 액션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니었다. 대놓고 멋 부리는 캐릭터를 내가 해도 되나 싶어 부끄럽기도 하더라. 대놓고 나 멋있다고 강요하는 느낌이라 부담감과 거부감이 있었는데, 블랙팀 요원들과 같이 만들어가면 재미있을 것 같았고, 안 해봤던 스케일의 영화라 호감이 갔다”고 답했다.
지강인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뭘까. 설경구는 “표면적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사람처럼 보여서 현실감이 떨어져서 톤다운 시켰다. 개인적으로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 싶었고,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니 조금 더 럭비공 같은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어서 그 다음 행보가 궁금한, 다음에 무슨 짓을 했을지 궁금하고 긴장감이 생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정직한 사람처럼 보이더라. 물론 거친 면이 있지만, 조금 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 의외로 되게 정직해서 예상되는 게 아쉽더라”고 털어놨다.
‘불한당’ 이후 오랜만에 액션 연기를 펼친 그는 ‘야차’에서 총기 액션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고난도 액션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 그는 “슈트를 입었는데 몸이 되게 불편하더라.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았는데, 박해수 양동근이 잘 받아줘서 잘 마무리됐다”며 “‘야차’ 이후에도 아직 개봉일이 안 잡힌 ‘유령’ 등에서 액션을 또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낀 건 액션이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힘으로 밀어붙였는데, 여유 있게 툭툭 치는 것도 재미있는 액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액션도 결국 감정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또 체력 비결을 묻자 “촬영 나가기 전에 항상 줄넘기를 한다. 나이를 먹으니 웨이트도 해야 한다고 해서 같이 한다. 촬영 갈 때도 장비를 들고 다닌다. 그렇게 하니까 체력이 쌓인 것 같다”며 “저도 밤새 촬영하면 지친다. 옛날엔 힘들면 인상을 썼는데, 지금은 오히려 힘들어도 웃으려고 한다. 그러면 덜 지친다”고 밝혔다.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야차’라고 불리는 지강인과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한다는 원리원칙주의자 한지훈(박해수 분)은 사사건건 충돌하며 티격태격 케미를 뽐낸다.
설경구는 극 중 대립각을 세우는 박해수에 대해 “이번에 하면서 처음 봤는데, 저 사람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사람으로서도 그렇고 박해수를 누가 싫어할까 싶을 정도로 진실했다. 술 들어가면 소년 같고 해맑더라. 박해수에게 반했다. 연기를 떠나서 사람이 너무 좋아서, 굳이 어떻게 하면 호흡을 잘 맞출까 고민해본 적이 없다. 기술적으로 호흡을 맞춰야지 싶은 적이 없을 정도로 편했고, 한 팀처럼 너무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해수가 출연한 넷플릭스의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을 언급하며 “‘오징어 게임’이 좋은 성적을 낸 이유도 박해수 덕분인 것 같다. 본인도 넷플릭스 공무원이라고 얘기하는데, 나도 ‘오징어 게임’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전세계에서 어마어마하게 사랑을 받았다. 결과가 좋으니까 ‘야차’에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블랙팀 요원으로 활약한 양동근 이엘 송재림 박진영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엘 송재림 양동근 박진영의 색깔이 다 다르다. 촬영 끝나고, 또 쉬는 날에 참 많이 모였다. 양동근은 유연하고, 송재림은 마초처럼 나오는 게 매력이 있더라. 박진영은 모범생 같은데 실제로도 모범생 같고 바르다. 이엘은 액션을 되게 하고 싶어 했다. 저는 총소리가 너무 힘들었는데, 이엘은 너무 즐거워하더라. 총을 들면 너무 행복해해서 특화된 사람 같더라. 블랙 팀에 개인적으로 애정을 많이 줬고 블랙 팀도 제게 애정을 줬다. 촬영 안팎으로 좋았다”고 설명했다.
극 중 북한 안전보위부 정보요원 련희로 출연한 진서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 사람은 극 중 애틋한, 미묘한 케미를 보여준다.
설경구는 “멜로는 늘 꿈이다. 늘 하고 싶다. 영화의 최고봉은 멜로”라며 “진서연과 촬영할 때는 좀 묘했다. 둘 다 처지가 서글픈 느낌이 확 들었다.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어떻게 보면 나라가 버린 느낌도 들고 서글픈 느낌도 들더라. 진서연과 그런 걸 공유하거나 대화한 적은 없는데, 좀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영화 ‘불한당’의 임시완, ‘자산어보’의 변요한, ‘킹메이커’의 이선균에 이어 ‘야차’의 박해수까지 남다른 브로맨스를 보여준 그는 케미 비결을 묻자 “좋은 배우를 만난 덕”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개인 대 개인으로 편해지려고 한다. 상대 배우가 저를 잘 받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 편해지면 화면 안에 들어갔을 때 그런 모습이 더 잘 비치는 것 같다.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닌데, 배우들을 잘 만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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